부제: 과도하게 남의 눈치를 볼 필요는 없다
뉴비 시절을 겪지 않은 고인물이 있을까?
나는 2011년에 처음으로 인생 첫 10k 달리기 대회에 참가한 이후, 2024년 12월 25일 기준으로 약 3,789km를 달렸다. 출근길에 '아, 늦었다!'며 부랴부랴 달린 거리는 제외하고, 달리기로 작정하고 기록한 거리만 따진 결과다. 이 정도 누적 거리라면 러닝 분야에서 어느 정도 경력을 쌓았다고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세계는 정말 끝이 없다. 예를 들어, 마라톤 완주나 기록 경신을 목표로 하는 러너들에게 3천여 km는 10개월 정도면 채울 수 있는 거리라는 걸 알게 된 건 최근의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나는 온·오프라인에서 다른 러너들과 이야기할 때 자신을 과하게 낮추지는 않는다. 지나치게 겸손한 척하다 보면 진짜 뉴비들에게 기만으로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 페이스가 남들보다 느리더라도 꾸준히 달리고, 이 과정이 내 일상이 되었다면, 뉴비 시절은 벗어났다고 생각한다.
러닝에서는 이런 자부심 덕분에 주눅들지 않지만, 웨이트 트레이닝에서는 아직 뉴비다. 몇 해 전, 회사 근처 헬스장의 합리적인 프로모션을 이용해 두어 달간 운동을 했었다. 아무도 내 자세나 무게, 또는 중간중간 스마트폰을 보는 나를 비웃지 않았을 텐데도, 괜히 눈치를 봤다. 주변에서 근육이 올록볼록한 사람들이 무거운 무게를 들어 올릴 때면 부러움과 함께 비교당하는 느낌이 들기도 해서 일부러 자리를 옮긴 적도 있다. 하지만 그들도 처음부터 근육질로 태어난 건 아닐 것이다.
샘 해밍턴이 어학당 친구들보다 한국어를 더 빨리 습득한 일화는 유명하다. 그는 어학당이나 도서관에만 머물며 공부로 접근한 친구들과 달리, 한국인 친구들과 어울리고 일상에서 더 자주 한국어를 사용했다. 틀려도 시도하다 보니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자신감을 얻으며 점점 속도가 붙었던 것이다.
사실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오랫동안 방치된 내 블로그에 대한 반성과 약간의 철면피 선언이다. 사실, 아무도 내 블로그가 업데이트가 늦었다고 비난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지인들은 내가 블로그를 운영한다는 사실조차 모를 것이고, 안다고 해도 "바빴나 보네" 하고 넘어갈 것이다. 내가 어떤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고 정리해뒀다면, 그것만으로도 가까운 미래의 나 혹은 비슷한 정보를 찾는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자료가 될 것이다.
블로그 운영에서는 뉴비에 가깝지만, 정리가 잘된 고인물 블로그를 보면 부럽기도 하고 주눅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나는 내 속도로 꾸준히 이어가 볼 생각이다. 문을 닫지 않고, 80세까지도 운영해보겠다. ^^